한국부동산이코노미 송재민 기자 | 종로구가 율곡로 일대 지구단위계획을 전면 재정비하며 용적률을 대폭 상향했다. 이번 계획은 원남동, 인의동, 연지동, 효제동, 충신동 일대 약 44만6,000㎡에 적용되며, 상업지역의 용적률을 기존 400%에서 최대 660%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면도로변 또한 최대 500%까지 개발이 가능해졌다.
건축물의 높이 제한 역시 기존보다 완화돼 최대 20m까지 허용되며, 필지 면적 기준도 종전의 150㎡에서 30㎡로 대폭 낮아졌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대규모 부지 위주로만 가능했던 개발이 앞으로는 소규모 필지도 포함하는 유연한 개발로 확장될 전망이다.
이번 계획을 통해 블록 단위 개발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는 3,000㎡ 이상 구역에 대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개발을 가능케 할 방침이다. 오랜 기간 소유권 문제 등으로 인해 정체돼 있던 도심 내 개발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해당 지역은 그간 대학로, 동대문, 광장시장 사이의 회색지대로 불리며 뚜렷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채 오피스 중심의 조용한 상권이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지구단위계획의 재정비를 계기로 문화, 업무, 주거 기능이 융합된 복합 상권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새로운 상권의 등장은 인접 지역에도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혜화동은 유동 인구 증가로 대학 중심 소비지에서 직장인 중심 소비지로 변화할 수 있으며, 동대문은 야간 패션 중심 상권에 주간 소비와 문화 기능이 보완될 가능성이 있다. 광장시장은 단순한 유통 중심지에서 체험형 관광 상권으로의 확장 여지도 있다.
종로구는 단순한 고밀도 개발을 넘어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는 도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성수동이 동부의 창작 중심지, 연남동이 서부의 소규모 상권 명소로 자리잡았듯, 율곡로 일대 역시 역사문화와 현대 상권이 공존하는 핵심 공간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율곡로 일대는 종묘, 종로3가, 익선동, 동대문, 청계천, 창경궁, 혜화동 등 서울 중심 문화자산들이 500m 이내에 밀집해 있는 입지적 특성을 지닌다. 이에 따라 사대문 안에서 세련된 업무지구와 문화거리를 함께 조성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의 변모 사례도 주목된다. 을지로는 과거 공업지역 이미지를 벗고 레트로 감성과 골목 상권으로 탈바꿈해 MZ세대의 사랑을 받는 지역이 되었다. 율곡로 역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도심 모델로 변화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도심 모델이 될 것”이라며 “실현 가능한 개발을 통해 종로의 품격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