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이코노미 송재민 기자 | 2024년 기준 전국 커피전문점 수는 약 10만 개에 달한다. 이는 편의점보다 많은 수치이며, 서울에서는 웬만한 거리마다 카페가 보일 정도다. 창업피아에 따르면 이러한 증가세는 매년 계속되고 있다.
반면 도쿄, 타이베이 등 다른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는 이 같은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예컨대 도쿄 신주쿠역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도 스타벅스 몇 곳이 전부이며, 대만은 밀크티나 아이스티 전문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처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중심으로 한 카페가 거리마다 있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이처럼 한국이 유독 ‘카페공화국’이 된 이유는 단순히 커피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이제 카페는 하나의 공간 산업이자, 상권 분석의 도구로 진화했다.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과 자본이 흐르는 방향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지로 작동하고 있다.
카페는 입지형 업종이다. 단순한 매출보다는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1층에 위치한 카페는 일종의 상권 자석처럼 작용한다. 카페를 중심으로 병원, 학원, 뷰티숍, 부동산 등이 주변에 들어서며 상권이 형성되기도 한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입지 검증의 기준으로도 쓰인다.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가 입점했다는 것은 해당 지역이 일정 수준 이상의 유동인구와 체류 시간을 확보한 상권임을 의미한다.
카페 내부를 관찰하면 상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점심 직후 붐빈다면 오피스 상권일 가능성이 높고, 오전 시간대에 한산하다면 주거지형 상권일 수 있다. 카페 규모나 인테리어 수준 역시 소비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대형 매장은 소비력이 높은 고소득 상권의 신호일 수 있고, 소형 개인 카페가 밀집해 있다면 로컬 주거지형 상권일 가능성이 크다.
카페는 건물의 수익 구조까지 바꾼다. 병원이나 학원,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1층에 카페가 들어서면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이는 공실률 감소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카페는 단지 임차인이 아니라, 건물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적 요소로 기능하는 셈이다.
카페의 좌석 배치나 메뉴 구성에서도 지역의 소비 패턴을 읽을 수 있다. 1인석이 많다면 인근에 학원이나 독서실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단체석 위주의 카페는 회의나 미팅 수요가 많은 오피스 상권일 수 있다. 브런치가 강화된 카페는 여성 체류 고객이 많은 라이프스타일 상권에서 주로 나타나며, 테이크아웃 중심의 카페는 역세권처럼 유동이 빠른 지역에 주로 입점한다.
강남역은 회전율이 높은 프랜차이즈가 주를 이루는 직장인 중심 상권이다. 망원동은 주거지 기반의 개인 카페와 디저트숍이 많아 동네 생활상권의 성격이 짙고, 성수동은 대형 브랜드 플래그십 카페가 입점하며 관광형 상권으로 변화하고 있다.
카페는 단순한 커피 판매 공간이 아니다. 상권을 해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거울이자, 상업 공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점이다. 카페가 어디에, 어떤 콘셉트로 들어섰는지를 보면 그 지역의 경제 흐름과 소비 패턴이 보인다. 투자자와 창업자는 이 흐름을 읽어야 한다. 커피향이 머무는 그 공간에는 도시의 라이프스타일과 상권의 미래가 함께 담겨 있다.